일기장/내 일기장

단감

여경(汝梗) 2023. 10. 31. 21:28

#단감

어릴적 우리집엔 감나무가 참 많았다. 동네에 오직 하나뿐인 단감나무도 한 그루 있었는데 우린 그걸 삭감이라 불렀다. 뒷집 경옥이언니가 밤이면 담부랑위로 걸어, 익은 놈을 다 따가서 담부랑에 얹은 기왓장이 깨지곤 했다. 그 언니 엄마한테 감 서리를 나무라시진 않고 기왓장 깨지 말라고 하시던 부모님이셨다. 추석이면 곶감 대신 삭감 세개를 올렸다. 다른 감은 추석엔 아직 익지 않았다.

세상에 나오니 다들 단감이라고 부른다. 단감이라, 감도 달 감자인데 또 달다는 말을 붙였으니 이름이 단술만큼 참 좋다.

회사에서 단감 3개를 갖고 퇴근했다. 회사 동료가 휴일에 딴 거라며 가져온 감인데, 큰애도 맛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집에 오니 단감박스가 택배로 와 있다. 내가 잠결에 네이버쇼핑이나 쿠팡을 했나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고 또 결제내역을 뒤져봤다. 아니다. 그래, 요샌 소비할 여력이 모자라서 거의 안하잖아. 그러면 누구지? 보낸 사람 연락처가 모르는 번호다. 잘못 온 택배인가? 틀림없이 내 이름으로 왔다. 그것도 여경이 아니라 내 본명이다.


카톡창을 뒤져도 누가 보냈단 말이 없다. 일단 맛있게 먹으며 기다려야겠다. 무슨 연락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