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3월 첫 등교일,
'그녀'로부터 손바닥을 맞았다. 시커먼 내 우산으로.(당시 대개 하늘색 비닐우산도 소중하던 시절이었고 그날 내가 쓰고 간 우산은 비록 바늘로 몇곳 꿰맨 거였지만 촌골짝에선 나름 부르조아틱했음).
지각에 대한 벌이었고 그것이 '그녀'와의 첫 대면이었으며, 그날 하교길에 동네선배들로부터 '그녀' 별명이 호랑이라고 들으며 꼼짝없이 무서운 시절을 보내겠구나 싶어 살짝 두려웠다.
호랑이 '그녀'는 구구단을 못 외면 집에도 안보내주시고 남어치기공부를 시키셨고 덕분에 게으른 나는 구구단을 남어치기 하루만에 뗄 수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서 부지런히 외웠으니까. (집에 왜 가고 싶었는지 ㅋ)
'그녀'는 "반장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라"고 하여 순영이가 대양초등학교 역사상 최초의 여자반장이 되게 해 주셨고, 가끔 자취방에 데리고 가셔서 아궁이에 불 때 밥도 해 주시곤 하셨다.
그랬던 '그녀'는 3학년이 되자마자 눈앞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셨다.
2009년 스승의 날을 맞아, '그녀'가 몹시 그리워 인터넷을 뒤졌다. 경남교육청 홈피가 나의 그리운 스승을 찾게 해 주었다. 수십년이 흘러 서로가 얼굴도 까먹고서, 전화선을 통해 반가움을 나눈 그 며칠 뒤 진주박물관에서 열린 시낭송회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오신 선생님을 만났다. 박물관 화장실에서 맞닥뜨렸는데 '그녀'로 느껴져 확인하니 오매불망 '그녀' 우리샘이 맞았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게으르고 가난한 초라하고 못난 제자는 선생님께 뭔가 제대로 보은하지도 못하고 가끔 문자와 전화로 안부만 여쭐 뿐이니 참으로 민망하다. 오늘도 그랬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으나 돈이 없으니 마음도 없어 쪼르르 달려가 따뜻한 밥 한끼 대접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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