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페북자료백업2

2014년5월15일/스승의날, 김재순선생님께 전화로만 안부를 여쭙다

여경(汝梗) 2017. 10. 27. 21:52

74년 3월 첫 등교일,
'그녀'로부터 손바닥을 맞았다. 시커먼 내 우산으로.(당시 대개 하늘색 비닐우산도 소중하던 시절이었고 그날 내가 쓰고 간 우산은 비록 바늘로 몇곳 꿰맨 거였지만 촌골짝에선 나름 부르조아틱했음).
지각에 대한 벌이었고 그것이 '그녀'와의 첫 대면이었으며, 그날 하교길에 동네선배들로부터 '그녀' 별명이 호랑이라고 들으며 꼼짝없이 무서운 시절을 보내겠구나 싶어 살짝 두려웠다.


호랑이 '그녀'는 구구단을 못 외면 집에도 안보내주시고 남어치기공부를 시키셨고 덕분에 게으른 나는 구구단을 남어치기 하루만에 뗄 수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서 부지런히 외웠으니까. (집에 왜 가고 싶었는지 ㅋ)


'그녀'는 "반장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라"고 하여 순영이가 대양초등학교 역사상 최초의 여자반장이 되게 해 주셨고, 가끔 자취방에 데리고 가셔서 아궁이에 불 때 밥도 해 주시곤 하셨다. 


그랬던 '그녀'는 3학년이 되자마자 눈앞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셨다.


2009년 스승의 날을 맞아, '그녀'가 몹시 그리워 인터넷을 뒤졌다. 경남교육청 홈피가 나의 그리운 스승을 찾게 해 주었다. 수십년이 흘러 서로가 얼굴도 까먹고서, 전화선을 통해 반가움을 나눈 그 며칠 뒤 진주박물관에서 열린 시낭송회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오신 선생님을 만났다. 박물관 화장실에서 맞닥뜨렸는데 '그녀'로 느껴져 확인하니 오매불망 '그녀' 우리샘이 맞았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게으르고 가난한 초라하고 못난 제자는 선생님께 뭔가 제대로 보은하지도 못하고 가끔 문자와 전화로 안부만 여쭐 뿐이니 참으로 민망하다. 오늘도 그랬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으나 돈이 없으니 마음도 없어 쪼르르 달려가 따뜻한 밥 한끼 대접도 못하는구나.

댓글
이우기 그래도 장하십니다.
관리
Yong Gwan Gim 바쁨이라는 핑계....
관리
남여경 이우기 사실 오늘이 스승의 날이란 거 잊고 있다가 안간초등학교 이야기 읽고서 깜놀했네요 ㅎㅎ 감사드려요
관리
남여경 박임숙 ㅋㅋ 어느 청춘남녀가 연애하다가 여친이 화장실가는거에 충격먹고 도망간 총각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관리
허훈 그래도 다행이죠..난 그리운 교사가 없음..뭐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내 학창시절 그나마 인간적인 교사는 중3때 우리 담임 한명인데 ....졸업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ㅠ
관리
남여경 Yong Gwan Gim ㅠㅠ 전 바쁘지 않운 반백수인걸요
관리
남여경 Hoon Huh 와그럴꼬... ㅎㅎ
전 초1담임샘께 결혼주례를 부탁드렸지요. 당시 시골에선 구케의원나리한테 주로 부탁하던 시절인데... 살며 좋운 꼴을 못 보여드려서 늘 죄송스러웠는데 ㅠㅠ
관리
허훈 아 그러고보니 고1때 불어를 잠시 가르쳤던 교생샘은 보고싶네요 중3때 영어 수업을 잠시했던 샘은 나중에 알고보니 시인이었고.... 아 왜냐면 전 워낙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ㅠㅠ 학교 부적응자, 사회 부적응자...흑흑...
관리
남여경 Hoon Huh ㅎㅎ 합천여고도 불어가 제2외국어였어요. 고1때 여자샘이셨는데 프랑스가 우리보다 더 좋은지 유학을 가버리시고서 총각샘이 새로 오셨는데, 솔직히 지나치게 잘 생겼다기보다는 몇살 차이 안 나는 총각샘이란 거 땜에 온 학교가 시끄러웠네요.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영장이 나와 잡혀가버리고 ㅎㅎ 그 샘을 짝사랑했던 내짝지는 상사병걸려가꼬 한동안 ㅋㅋㅋㅋ 그분 소식을 21살때 들었는데 당시 대구 무슨 유명한 신문사 기자시더군요. 전화통화 한번 하고서 그뒤론 다시 연락두절. 당시 상사병으로 가슴앓이한 내짝지는 지금 그샘 가끔 만나 차도 마신다고 하는데 ㅋㅋ
관리
허훈 난 나를 가르쳤던 샘들을 졸업뒤 단 한 명도 만나본 적 없음. 연락한 적도 없고.. 씁쓸하죠..
관리
남여경 글을 처음 가르쳐주신 내생애 첫 스승은 울옴마♡
관리
허훈 필님은 머리가 좋으셔..난 누구한테 글을 배웠는지도 기억이 없음..ㅠ
관리
남여경 머리가 좋지 못해서 요모양으로 삽니다만 ㅠㅠ
관리
허훈 쳇 ...나 같은 사람은 우짜라고...ㅋ
관리
남여경 ㅋㅋㅋ 바보들의 행진? 아니다.. 사회부적응자들의 합창 ㅋㅋ Hoon Huh
관리
허훈 좀 긍정적으로다가 삽시다.. ㅋ..
관리
남여경 전 나름 긍정적으로 사는데요?
반사회적 삶은 아니거든요. ^^
관리
허훈 나도 적응을 잘 못하는거지 뭐 딱히 반사회적인건 아니잖우..ㅠ
관리
남여경 제 경우는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세상은 교과서와는 많이 달라서 제가 적응하기 힘든 거고 ㅋㅋ
관리
허훈 헉...나도 그런데...흠....ㅠ...
관리
안영상 쪼르르 가서 구구단을 외워 보이면 됨.
관리
박기주 <잘 대접해야겠다>는 마음만 놓으면, 지금 내 형편에 맞는 만남만으로도 선생님은 참으로 기뻐질 것입니다. 평생을 두고 잊지 않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제자는,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존재이니까요.
관리
조용선 문자 한줄의 가치가 밥 한그릇 보다 뜻깊다는것을 아실겁니다. 자주 안부 연락 드리세요. 한 10년만 더 지나면 뵐수도 문자도 못드릴수 있답니다.
관리
조용선 남피리님은 삶이 참으로 해맑고 마음이 윤택한것 같아서 부럽답니다.돈 벼락 한번 맞아 보실래요? 무지 아프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