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짝이 너무 아파 누우니 잠이 쏟아지는데, 문득 아까 백병원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재종 큰오빠 문병길이었는데 조카가 그 오르막길을 잘 운전하길래 시작된 대화였다. 동행은 을이언니, 올케언니와 운전을 해준 춘식이다.
아버지 제사 모시고 다함께 황매산철쭉구경 나섰던 2014년 봄 그날, 나는 수동기어와 반클러치 조작 미숙으로 가던길을 포기하고 되돌아왔었고, 엄마 모시고 간 언니들과 오빠는 화려한 철쭉을 만끽하셨었다.
반클러치에 서투른 나의 아프고 아쉬운 기억이다. 그날 엄마는 몸도 맘도 그런대로 정정하셨는데 함께 그순간을 즐겼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후 나날이 정신이 쇠해지신 엄마. 하루에도 서너번씩 전화를 해오셨다. 왜 한번 오지 않느냐고. 바로 전날 찾아뵙고 놀다 왔건만 단기기억상실로 자꾸만 전화를 하시던 엄마. 방금 한 전화통화도 기억허지 못하셨다. 그러나 머리속 깊이 새겨진 막내딸 걱정으로 마지막 시간들을 그렇게 보내셨다.
그해 시간들이 많이 안타깝고 아프지만 그립다. 엄마가 챙겨주신만큼 잘 살아야 하는데, 그리움뿐이고, 걱정을 떨쳐내드리지 못하는 지금...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엄마아부지를 부모님으로 선택하면서 가졌을 삶에의 계획과 다짐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를 키우시며 기쁨보다 아픔을 더많이 느끼셨을 것이 참으로 죄송스럽다.
밤이 또 깊어가는구나. 심연에 빠져든 내 넋두리도 어둠따라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외로움도 깊어간다. 지구가 돌아가는 거대한 소리만 내 벗이 되어주려 자꾸만 더 크게 귀를 울려댄다. 그냥 이대로 멈추고 싶다. 몹시 외로워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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