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보슬보슬 내리는 현충일 아침 9시반쯤에 딸내미와 둘이서 함양유람에 나섰다. 둘이서 자주 가던 상림과 용추폭포를 다시 찾기로 하고 우선은 일두정여창 고택을 향해 첫발을 디뎠다.
가끔 지곡을 지나긴 했으나 거기에 개평마을이 있는 줄은 오늘에사 알았다. 아담한듯 웅장한 한옥마을이 정겨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이슬비에 기분좋게 젖으며 둘이서 골목길을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가 일두고택에 먼저 들어가보았다. 아주 오래전 사극 토지에서 보야주던 최참판댁 샷이 바로 이집이었다. 여기저기 정성스런 손길로 잘 가꿔놓은 집안을 돌아보다가 마당한켠에서 팔고 있는 음료수들을 한잔 사드리고 싶었으나 서늘한 날씨에 찬 음료가 딱히 마시고 싶지도 않고 여행길엔 음료수를 별로 즐기지 않아 (화장실문제) 미안하지만 그냥 그집을 나왔다.
동네 집집이 다 정성스레 잘 가꿔져 있는 모습에 암서정을 잘 가꿔내지 못한 우리가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자주 가서 풀이라도 뽑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다음 코스로는 상림인데 아무 생각없이 거창쪽으로 차를 몰아버려서 용추폭포로 자연스레 다음 행선지를 삼게 되었다. 옛날 마음 터놓고 진리를 함께 논허던 도반들과 자주 찾곤 하던 용추폭포라서 마음이 얄궂고 아픔이 살짝 밀려왔다. 특히나 그곳을 참 좋아하던 도제 구성도님 생각이 났다. 용추폭포로 가는 길 옆으로 황석산이 있는데 차경석선생께서 시국 건국을 선포하시며 천제를 올리신 곳이라 언젠가는 한번 그 산에 발을 디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곳이다.
즐겨찾던 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컵라면을 자주 사먹곤 하던 주차장 매점. 그곳에 차를 세우고 350미터 가량 걸어서 올라가노라니 다른 이들은 차를 몰고 드니든다. 한여름 말고는 차량통제를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냥 걸어서 올랐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낭랑하고 바람도 기분좋게 불어댄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용추폭포, 아 참 쾌활한 폭포소리! 마구 날리는 음이온을 맘껏 흡입하며 잠시 아무생각없이 폭포를 바라보다가 그곳을 돌아서 나왔다
12시반경 상림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점심끼니를 해결하러 식당을 죽 스캔하는데 장어덮밥이 점심특선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막상 자리에 앉아 주문하니 오늘 그 메뉴는 불가하다 하여 무척 실망했으나 그대로 앉아 장어탕과 다슬기탕을 하나씩 주문하였다. 주문받고 서빙해주는 총각이 친절하여 마음이 다 풀렸고 탕뚝배기가 제대로 뜨끈뜨끈하여 기분좋게 잘 먹었다.
상림공원 앞이 제법 번화가로 탈바꿈해 있다. 천사다방 말고도 이디야가 들어서 있길래 천사에 비해 저렴하고도 맛있는 이디야에 우리는 들어서 잠시 쉬었다. 딸은 망고쥬스를 나는 에스프레소마끼야또를 마셨다. 에소맛을 보던 딸내미가 인생의 쓴맛과 같군 하는 바람에 웃었다. 우울감으로 몹시 상심해 있는 내게 에소는 이독제독의 그런 맛이기도 했다.
상림에 들어서서 양귀비밭에 가니 그 넓던 양귀비밭 대부분이 주차장으로 변해있었지만 아직 양귀비와 수레바퀴가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어 참 좋았다. 작년 5월 중순에 찾은 양귀비들은 생생했는데 이제 끝물인지 시들했지만 양귀비는 시들어도 양귀비라, 참 매혹적인 꽃이다.
연밭엔 아직 연이 피지도 않았으나 상림숲길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맛은 황홀한 휴가임엔 틀림없다. 주차장에서 다시 함양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월요일이고 현충일이기도 한데 문이 열려있었고 2층엔 지역주민들이 기증 기탁한 소중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3층은 함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다. 생활 테두리에서 멀리 있지 않고 상림공원에 함께 건립해 둔 함양군민들께 박수를 보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살짝 졸렸지만 과속을 좀 했다. 스승님께서 퇴근하시기 전에 약방에 가서 장맹룡비체 체본을 한장 더 받아야 해서 마음이 바빴다. 다행히 4시반 전에 대한당한약방에 들어섰고 스승님께서 예서와 해서 각 1장씩 체본을 써 주셨다.
하루 시간 속에서 몸도 마음도 무척 분주했으나 체본받아와 밤중에 조용히 앉아 글을 쓰노라니 긍정적으로 생각이 편해진다. 가시밭길도 아닌데 무엇을 슬퍼하고 아파하랴.....
ㅡ 함양유람과 함께 힐링 힐링한 하루를 보낸 201606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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