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러분이 말하는 전교조가 아닙니다.
이 말에 여러 모순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저는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입니다.
그러나 저는 전교조의 설립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들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투덜 거리며 이건 맞지 않는다는 둥 이야기를 하는 정도겠죠.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교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을 배려하셨고, 최대한 우리에게 스스로의 결정권을 주시려고 노력하셨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시고자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선생님들이 참교육에 가입한 선생님들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참교육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분들이 참교육에 가입된 교사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학교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촌지없는 학교, 아이들을 배려하는 교사,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고 교사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고 전교조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가입하고 나서 교장선생님께 불려가 여러 말들을 들어야 했지만 지금껏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평범한 교사이고 학부모님께 전교조 소속 교원임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습니다.
교사의 생각이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교사가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알리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알고 싶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이런 방식이였을까요?
전교조 교사의 명단 공개에 대해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전교조는 빨갱이라고. 전교조는 어떠 어떠하다고요.
전교조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면 무슨 법적 대응이냐고..등등
그런데 전교조 소속 교사는 모두 빨갱이 일까요?
전교조 소속 교사는 모두 자기 이익만 바라는 파렴치한 일까요?
여러분은 그러한 말들을 어디에서 들었습니까?
정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로 6만명의 교사의 정치적 성향과 교육철학과 교육자질에 대해서
판단하고 그 근거를 토대로 한 분석의 결과입니까?
아니면 뉴스나 언론에서, 주변의 전교조 교사를 보면서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여러분 주위에서 만난 전교조 소속 교사는 모두 북한을 찬양하고 그 사상을 따라가는 사람이였습니까? 그래서 그 사상적 신념때문에 자신이 전교조 소속임을 밝혀지는 것을 꺼려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집단에서나 모두가 깨끗하지 않듯, 전교조 교사중에 뇌물 수수를 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성추행과 여러 가지 범죄를 지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집단은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 옳을까요?
전교조가 빨갱이라고 몰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러한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한때 불합리적인 모습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어지지 않을 현실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교장선생님의 눈에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하고 선동을 한다고 생각했을테니 이런 사람들은 눈에 가시였을 겁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에 주어지고, 학교의 행정이나 교육정책에 반영되거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투쟁이니 뭐니하며 나섰을까요?
여러분 중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 빨갱이입니까?
왜 그들은 거리로 나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했습니까?
학교는 여러분도 늘 말씀하시듯 보수적인 집단이고 잘 변화하지 않는 곳입니다.
변화하길 원해도 변하지 못하는. 명령 하달 식의 일처리가 만연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육행정가와 교사들간에 여러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속에서 전교조는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고하는 집단으로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전교조로 인해 교사 복지 측면이 좋아진 점이 있으니 집단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고 하는 것도 맞겠네요.
그런데 이제 많은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불합리해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전교조 교사들은 전교조 교사에게 말합니다.
선생님이 나서서 이야기를 해 보라고요.
그렇지만 누가 늘 싫은 소리를 하기 좋아하겠습니까? 누가 상대가 싫어하는 말만을 하고 싶겠습니까?
누가 학교를 옮길때마다 전교조 교사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고 싶겠습니까?
전교조 교사들도 마음이 약한 교사들입니다. 강한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만난 분들은 대부분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의견을 제시했다가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여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빨갱이 교사라고 하고
안에서는 전교조 꼬리표를 붙여 전교조소속 이라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주니까요.
그런데 왜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냐고요?
우리 나라에서 아직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거나 주장할 곳이 어느곳에도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예전의 참교육을 추구했던 선생님들처럼 교사로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주고자했던 것처럼
전교조라는 그 이름 속에서 자신을 다잡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여러분이 말씀하시듯 더 얻어먹을께 있어서일까요?
여러분 제발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전교조 소속 교사가 빨갱이니, 자신만 아는 사람이니 몰아쳐 가면서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심에 거리끼지 않도록 신념을 가지고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여러분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더 잘하라고 격려해주십시오.
출처-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552936
[넋두리]
내 주변에도 전교조 소속 선생님이 많다.
그분들 중 대부분의 선생님을 나는 존경한다.
존경하지 않는 분은, 그 분에 대해 그다지 모르기 때문일 뿐.
내가 존경하는 분은, 존경받아 마땅한 인품과 인격을 느꼈기 때문이다.
늘 자신을 겸허히 낮출 줄 알며
늘 자신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조율할 줄 알며
늘 자신을 부지런히 배워나가기 때문이며
늘 자신을 교사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선생님들을 통해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전교조 집행부에 대한 나의 시선은 아직 왜곡(?)되어 있다.
그러나 전교조에 가입한 선생님들의 교사이고 싶어하는 그 양심을 믿는다.
마음 한구석에서는....스승은 스승일 뿐 정치적이지 않길 바라지만
정치적이지 않고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랴....
그러나 나는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꾼들이 정치는 하지 않고 사리사욕(?)의 프로가 되어감을 너무 많이 봤던고로....
그러나 정치꾼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정치꾼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고
진정한 교사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교사가 되어
세상이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변화되고 성숙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이 얼른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냥 이바구들 > 남들이 하는 이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앙 선생님`, 이렇게 사셨는줄 몰랐습니다 (0) | 2010.08.13 |
---|---|
아빠. 난 군대 안 가도 되지 (0) | 2010.05.03 |
(글로벌) 지축이동 이론 中 일부 번역 (0) | 2010.02.23 |
[스크랩] 떡국 끓이기를 독립운동처럼 하던 시절 (0) | 2010.02.12 |
풍수 수기 - 화장실 문과 변기뚜껑은 반드시 닫아라 (0) | 201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