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스승의 날, 내 삶에 빛이 되어 주신 선생님들을 그리며

여경(汝梗) 2009. 5. 15. 11:56

누구에게나 좋은 스승이 계시겠지만 나에게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런 참 좋은 스승이 계신다.

40년이 넘도록 이 세상을 살아 오면서 음으로 양으로 많은 분들에게서 은혜를 입으며 살아왔고

그 중에서도 내 삶에 정말 큰 빛이 되어 주신 분들이 계신다.

물론 가장 큰 스승을 손꼽자면, 진리와 생명을 주신 태사부님과 사부님이시지만

그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나를 길러주신 선생님들이 오늘따라 그립고 또 그립다.

 

오늘은 스승의 날.

마음에서 늘 그리던 분들을 오늘따라 더욱 사모하며

몇 분 내 스승님에 대한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 볼까 한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승이 되어 주신 분은

물론 나의 하느님,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내 부모님이시다.

물론 처음으로 문자를 가르쳐 주신 분도 부모님이시다.

ㄱ, ㄴ, ㄷ, ㄹ,,,,1, 2, 3, 4,,,,

 

동갑이신 내 부모님께선 나를 마흔일곱에 낳으셨다.

당시만 해도 환갑은 큰 경사였던지라(환갑만 해도 장수한다는 뜻) 

늘상 걱정하시는 말씀이, '자(저애)를 한 해라도 더 공부를 시키고 죽어야 되낀데...'셨다.

그래서 일곱살때 학교에 입학을 시키기 위해 여섯살 때 글자를 가르치셨다.

용케도 글공부를 좋아했고 그렇게 해서 일곱살때 학교를 들었다.

 

학교에서 처음 만난 내 선생님은 우리 동네 아저씨셨다.

자주 우리 집에 오셔서 술상앞에서 나를 귀여워 해 주시던 선생님....

그 인연은 내 결혼식때 주례로 모시게 되었고

그 후 주례선생님으로 많이 뛰시다가.....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이칠경선생님.

좋은 곳에서 편히 계시겠지......

 

2학년으로 올라간 그날 나는 지각을 했고 그날 쓰고 간 까만 우산으로

담임선생님께 손바닥을 맞았다.

군데군데 떨어져서 엄마가 기워주신 그 우산이 부끄러운 마음에

손바닥이 아픈 것은 몰랐다.

그 날 집으로 가면서 6학년이던 동네오빠가 그 샘 별명이 호랑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그 후 지각은 잘 안했던 것 같다.

어느날 교문옆에 있는 그네를 타고 있는데 그 선생님이 자취방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해 주셨다.......그리고 남어치기(남아서 공부시킴)를 하자시며 공부를 시키셨고

그때부터 나는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당시 반장은 당연히 남자애가 하는 걸로 알던 우리들에게

순영이라는 여자친구를 반장으로 세우셨던 것은 그 때 우리 학교의 화제거리였다.

3학년이 되고 보니 전근을 가고 안계셔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리운 나의 선생님 김재순 선생님.

도 교육청 사이트에서 스승찾기하여 한달전에 안부를 확인하였고

곧 만나뵈러 갈 예정이다......아직 교단에서 이쁜 아이들과 지내신다 한다.

 

3학년때 만난 선생님은 토째비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다.

늦은 밤 퇴근길에 토째비와 싸운 얘기, 다음날 보면 빗자루몽댕이더라는 등...

학교에서 포스터그리기와 표어짓기가 있을 때면 몇가지 그림을 칠판에 그려주시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때 지은 나의 표어는 교내 최우수상을 탔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우리 반 애들이 떠들거나 뭔가 잘못된 일이 있으면

언제나 반장과 부반장을 대표로 불러내어 벌을 주셨다.

그때 맞던 손바닥은 너무너무 아팠다. 억울하다는 생각보다도 책임감을 배운 아픔이었다.

학년이 바뀌었어도 그 선생님은 날 만나면 언제나 "우리 딸내미~"하시며 이뻐해 주셨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 소리를 들을 때는 어찌나 쑥스럽고 또 부끄럽던지

철없던 나는 그 선생님이 저만치 보이면 얼른 숨곤 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보니 시댁집안 할아버지로 만나게 된 김명호 선생님.

 

4학년때 만난 선생님은 아마도 1학기가 끝날 즈음에 전근을 가셨던 것 같다.

반친구들과 일요일 어느날 그 선생님이 새로 가신 학교(묘산국민학교)로 찾아뵈었었다.

당시 우리로서는 엄청난 여행이었고 또 첫여행이었다.

해인사가 가까운 묘산에서 우리는 그 때 아마 난생 처음 짜장면을 먹었으리라.

강인자 선생님....인터넷 스승찾기에 정보공개를 해 놓지 않으셔서 찾을 수가 없다....

 

그 후 새로 오신 선생님은 걸스카웃을 학교에 만드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의 그 많은 책들을 실컷 만나게 해 주셨다.

내 안에 숨어있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그렇게 해서 세상빛을 보았던 것이다.

학년이 바뀌어 헤어졌을 때에도 교내 어린이은행을 운영하시며 행원 경험을 시켜주셨다.

그 선생님이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골짝에서 엄마 치마뒤만 쫄쫄 따라다니며 응석부리는 것만 알던 나에게

지구와 세계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 주셨고

동서고금의 문학을 통해 나의 정서를 채워주셨고

어린이 은행을 통해 사회성을 자리잡게 해 주셨던 문향자 선생님.

인터넷 검색창에 선생님 성함을 무심코 넣어보았다가

우여곡절끝에 찾게 된 내 인생의 큰 빛,,,,그런데 사는게 뭔지 아직 달려가 뵙지 못했다.

 

그 후로도 많은 분들로부터 좋은 양분을 받아먹고 자랐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나의 여리디 여린 토양에 좋은 거름을 주신 그 선생님들이 누구보다도 무척 그립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모자람이 많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나의 오늘을 있게 해 주신

나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보낸다.

잊고 살았던 것이 또한 죄송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