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가 금강산에 있는 유명한 스승을 찾아가
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승은 두 젊은이에게 천자문을 주면서
일 년 동안 공부하라고 했습니다.
한 친구는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천자문을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책이 다 닳아 헤어지도록 반복해서 읽다보니
어느새 천자문에 환해졌습니다.
무슨 글자가 앞에서 몇 번째. 뒤에서 몇 번째 나오는지
알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친구 역시 열심히 천자문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읽고 나니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책을 덮고
금강산 유람길에 나섰습니다.
길을 가다보니
두 아이가 떡 한 조각을 놓고 반으로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떡 한가운데를 막대기로 대고
"됐지?, 됐지?"하며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젊은이는
"아하, 가운데 '중'(中)자는 저런 의미구나,
누구에게도 공평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또 하루는 논을 지나다보니
사람들이 새참을 먹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고 젊은이가 인사를 하자
"우리 같은 남정네들은 그저 머리에 논밭을 이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젊은이는
"아하, 사내 '남'(男)자의 뜻은 그런거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이런식으로 그는 천자문의 글자 뜻을 하나 하나 익혀갔습니다.
일년이 되자 스승은 두 젊은이를 불렀고
그 동안 어떤 공부를 했는지 물었습니다.
한 젊은이는 천자문을 자신있게 외웠고,
다른 한 젊은이는 천자문의 이치를 깨친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껄걸 웃으며 두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천자문을 배웠지만,
너는 만자문을 배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