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낙엽을 바라보며

여경(汝梗) 2006. 10. 10. 22:18

길가에 마구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며
천가지 만가지 생각들이 따라 뒹군다
꼭 붙잡고 놓지 않으려 용을 썼건만
기어코 내팽개쳐진 힘아리 없는 몸뚱이...

바람에 휩쓸려 골목골목 뒹굴다가
이발길 저발길에 짓밟히기도 하다가
끝내는 바스라지기도 하고
청소부의 빗자루질에 어이없는 마감을 한다...

나는 저 낙엽이고 싶지 않다
의미없는 쓰레기로 내 삶을 정리하기 싫다
남겨진 이름이 있고 싶다
제대로 살았다는 자만을 하고 싶다

나는 저 낙엽이고 싶지 않다
나무가지에 힘차게 달려 있는
달고 멋진 열매가 되고 싶다
꿀맛으로 님의 손과 입에 놓이고 싶다

만인경에 비치는 서글프고 추악한 모습을
가만가만 닦아나가며
밑도 끝도 없는 진리를 외면할수 없는
본연의 외침에 충실한 참사람의 길을 배우며....
찌그러진 허물을 넋두리로 씻어본다

2002년 가을에 휘갈겼던 낙서중에서.....

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