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바구들/남들이 하는 이바구

死者가 살인자면 명당도 발복하지 않는다...

여경(汝梗) 2005. 8. 1. 08:27

도선이 지향없이 길을 가다가 어느 초가에 이르렀다.

곡소리가 나서 보니 30살이 다 되어 가는 아들이 아버지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도선은 마음속으로 ‘저 사람을 살려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그 아들에게 말했다.


“나와 같이 오늘은 이 방에서 자고 내일 장례를 치릅시다.”

다음날 도선과 아들이 산으로 올라가서 한 바퀴 둘러보니 묘자리로 좋은 곳이 있었다.

“저곳에 묘를 쓰면 3년만에 자네가 장가도 잘 가게 되고 의식도 넉넉하게 될 자리인데
3년 후에 쓸 수 있으니 너무 늦다.
네가 장가도 가고 부자도 될 자리를 하나 잡아야 되겠는데…”

조금 돌아다니니 그런 자리가 하나 나왔다.
“이곳을 파거라.”
그곳에 아버지를 장사지내게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하였다.

“네가 잘 사는가 못 사는 가 보기 위해 내년 이맘 때 내가 꼭 여길 찾아오마.”

다음해 도선이 와서 보니
아들은 혼자 나무를 팔아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장가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도선이 자기가 묘자리를 잘못 썼다고 생각하고 묘에 가보니 자리가 조금 어긋나 있었다.
그리하여 시신을 파서 조금 옆으로 옮겨 놓았다.

이듬해 가서 보니 또 그 모양이었다.
이상하게 여겨 산에 올라가서 보니 자리가 또 틀려 있었다.
도선은 마음속으로 ‘풍수지리 도사라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이리 되었는가?” 라고 생각하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도선이 암석 위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하는데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죽지마라. 네가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처음에 네가 묘에 쇠(패철)를 놓고 잡을 때 바로 잡았느니라. 오히려 두 번째 쓴 것이 잘못 잡았느니라. 죽은 그 놈은 살인을 셋이나 한 놈이다. 사람 셋을 죽인 놈이니 죽어서도 옳은 묘자리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그 때에 내가 너의 눈을 감긴 것이다. 너는 절대 죽지마라.”
 
평소 좋은 일을 해야 죽어서도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