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사바하 ㅡ 영화를 보고
여경(汝梗)
2024. 2. 29. 14:51
사바하
뭔가 씰데없는 환타지영화처럼 시작하더니, 갈수록 묘한 메시지가 있다. 잘 포장된 사이비종교는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숨겨진 그 무엇이 있고, 철저히 세뇌되어 선의로 악행을 저지르는 불쌍한 영혼들을 보여준다.
예언된 남자아이 하나를 막기 위해 수많은 아이가 죽었다는 크리스마스의 슬픈 이야기에 찡하다. 이 영화의 모티브를 거기서 가져와 아주 비틀어서 재생산한 것 같다. 등불이라 불리는 미륵은 불사의 몸을 이뤘으되, 백년뒤 그를 죽이러 오는 누군가가 있다는 예언을 듣고 그만 사악한 뱀이 되어버렸다. 그 영혼이 흑화하지 않았다면 그런 종말도 없을테지만, 예언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어두운 욕심은 늘 오히려 자신을 파멸시키는 문제를 일으키고만다.
온갖 사이비 교주님들이 이 영화를 안다면 뜨끔하겠지만, 그들은 오늘도 가열차게 선의를 갖고 악행을 저지르는 충성스런 신도들을 길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