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이야/ 박노해 시

별일이야
ㅡ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수록)

인생 뭐 별거 있어
별일 없이 산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우리 모두는 별의 아이들
별의 인연으로 여기 탄생해
별의 일로 살아가는 생이다

저 광대한 우주에서 보면
너도 나도 먼지 하나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존재이나
그 긴 시간 우주는 온 힘을 써서
여기 나 하나 탄생케 했으니
인간은 그 별의 기억과 여정을
한껏 머금은 생각하는 존재이니

저 검푸른 우주에 빛나는 별처럼
내게 주어진 한 생을 다 사르며
살고 살게 하고
사랑하고 잉태하고
남김없이 피고 지고
마침내 빛이 되어 돌아가는
인생은 '별 일', 별의 일이니

우리 인생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간절하고 고귀하며
영원의 빛을 품고 있는 신비이니

별을 본다
너를 본다
네안의 빛을 본다

낙엽이 별처럼 누워있다.
아니야, 저 낙엽도 별이다.
별인 내가 별인 저 잎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