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터
몇십 년 전만 해도 농촌에서는, 없는 땅을 만들어내 농사를 지었다. 산기슭 돌밭에서 세월아 네월아 돌멩이를 가려내고 밭이야 논이야 만들어 입에 풀칠이라도 넉넉히 하고자 했다.
없는 살림에 조금이라도 노력을 보태야 했던 옴마는 아부지를 구슬러, 짬만 나면 물방앗간 근처 산기슭 아래 돌밭을 헤집었다. 열심히 일한 덕에 한마지기 논을 창조해냈지만, 그 와중에 아부지는 온몸에 부스럼이 나고 신열이 올라 크게 앓아 누우셨다.
그 돌밭은 본래 오래된 애장터라고 했다. 홍역이니 뭐니 해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버린 애기들을 묻어 둔 돌무덤터를 애장터라고 한다. 동네사람들이 수근거리며 애장터를 잘못 건드려 탈이 났다고 했다.
그때 할배께서 뭐라뭐라 쓰신 종이를 주시며, 거기 가서 절 두번 하고 이 종이를 태우라고 하셨다. 서글픈 애기영혼들을 달래는 조문이었던 모양이다. 희한하게도 그 뒤로 아부지는 털고 일어나셨다.
그 땅에서 내가 다 자라도록 벼농사를 지었다. 닷마지기 논 중 한마지기였던 그 땅, 쇠 미러(소 먹이러) 갈 때면 늘상 지나가던 길이었다.
거기엔 옴마아부지의 청춘이 담겨있고, 물방앗간으로 아부지는 사촌들까지 먹여살리셨다. 그 애닯은 땅은 이제 남의 것이 되었지만, 옴마가 전해주신 그 이바구를 따라 옴마아부지를 그린다.
그런데.... 울옴마가 가슴에 아프게 묻은 어린 딸 넷은 어디에서 잠들었을까?
ㅡ 육남매 단톡방에 이 글을 올렸더니, 여든살 잡순 둘째언니가 답글을 주신다.
그영혼은.남산골.어딘지는못라도.남산골.들어가면왼쪽.산이있어.그산어디에묻혀있다.작은.돌.무덤으로.어느날은.할머나가. 얼마전에.같다버린..내동생갑운이를.보러.가셨는데.산짐승이..돌무덤을 훼손사건이있었지.전설같은.이야기다
근데..신기하다.너는.그전설을.어떻게.알고있냐.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