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하동장날 장마실 다녀오다

여경(汝梗) 2019. 11. 6. 11:44

- [진주같이 마실모임] 하동읍내장을 가다

대추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리길을 걸어 열하루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뿐이는 대추를 안준다고 울었다

송편같은 반달이 싸리문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뿐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노천명 시인의 시가 가만히 읊조려지는 시골 장, 내가 어릴 적 손꼽아 기다리던 합천장날은 3,8장이었다. 없는 살림이라 장날마다 장에 가시지는 않아도 간혹 장날이라 나가시면 언제 오시나 골목길을 내다보며 기다렸다. 엄마가 장에 다녀오시면 그 장바구니를 얼른 받아서 뒤적거리곤 했다. 막내딸을 위해 특별히 사 오시는 것은 없었지만, 간혹 비린내가 나는 갈치 동가리가 있기도 하니 밥상이 달라지는 기쁨이 있었던 것이다.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마냥 기다리기만 하던 그 장날이 하교길 놀이터가 되었다. 주머니에 돈이 없어 장터 골목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하였다. 어쩌다가 돈을 조금 손에 쥐기라도 하면, 풀빵에 팥죽을 붓고 설탕을 듬뿍 뿌려주는 풀빵 집에 달려가기도 했다. 그런 추억을 같이 지닌 친구들과 만나면 그 풀빵팥죽 이야기를 하며 입맛을 다시곤 한다.


시골 오일장은 그 동네마다 가진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또 찾는 그 때마다 나오는 물건에 변화가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는 없는 무언가가 제법 있고 철따라 바뀌어 놓이는 시골 장터는 그야말로 그 지역만의 맥박이 뛰는 생명체다. 그것을 느끼는 재미로 오일장이 서는 곳에 종종 발길을 옮기게 된다. 어릴 적 추억을 더듬기도 하며 오일장 구경을 나서게 되면 온갖 시름 다 잊고 어슬렁거리게 된다.

‘마실 모임’에서 움직인 시월의 그날은 27일이다. 다들 바쁜지 몇 명 안 되어 차 한 대로 움직여서 2,7장이 열리는 하동읍내장으로 갔다. 하동장날이 가진 냄새와 빛은 어떤 것일까? 섬진강과 함께 살아온 하동읍내 사람들은 어떤 장터 풍경을 만들어 놓았을까? 합천산골과는 많이 다른 환경인 하동, 장에 나오는 물건도 아마 아주 다르겠지?


(뒷 이야기는 단디뉴스 기고글에.... )

어느 따스한 날, 다시 하동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송림에 가서 쉬고 싶다.

 

원문 출처 : http://m.dan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