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나의 뿌리

추봉의 암서정은 지금 공사중

여경(汝梗) 2015. 6. 7. 13:52

 

 

암서정은 공사중.

 

글을 아끼지 않으시어 누구라도 부탁하면 흔쾌히 써 주셔서, 그 덕에 글이 흔하니 값이 없다는 추봉의 글. 

 

그 추봉께서 말년을 보내신 암서정은 후손의 무심함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가 2손자의 정성으로 어제부터 수리중이다. 

 

어제는 곧 허물어질 듯하던 문간을 무너뜨렸고, 이제 비가 새던 지붕 기와를 새로 수리할 것이다.

 

할배이름에 먹칠하면 안된다는 말씀으로 대성가운데 사는 외톨이의 행동을 늘 삼가게 하신 엄마. 그래서 본성대로 못 놀고 인의예지신이라는 허울에 갇혀 실속없는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 가르침은 우리 집안의 법이요 긍지이며 미래에도 고마운 지침이다.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 내면뿐만이 아니라 외연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남을 함부로 미워하거나 의심하거나 잘못 속단하여 돌을 던지는 행위는 없었는지 늘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애써 가꾼 서재 앞마당이 파헤쳐져 있어도 우리들의 자랑이신 할배 흔적을 무너뜨리지 않게 되어 기쁘구나. 나는 무일푼이라 한푼 거들지도 못하여 미안하고 죄송스럽구나. 

 

일꾼님들 드실 아이스께끼 가져왔는데 다들 식사하러 가셨는지, 빈 집에서 주절주절.... 상추나무 상추나 뜯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