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여경(汝梗) 2015. 3. 26. 20:51

 

 

 

모처럼 낮중에 시간 여유가 생겼다.

합천 무실 엄마집에 가고 싶어 길을 나섰다.

페친 2명이 함께 해주어 쓸쓸하지 않았다.

 

아침일찍 집현초등학교에 가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집에서 퍼뜩 아침밥을 먹고, 공단로터리 주변 엔젤교육사에 들러 흥사단아카데미 아이들의 '진주시청소년문화축제' 준비를 위한 의논을 하고나니 9시반.

 

역시 공단로터리 주변에 있는 한국종합주방에 들러 이중스텐그릇 4벌을 구입하였다. 친정집 명절 제사에 쓰일 할배 할매 아부지 엄마를 위한 제기다. 다이소에서 파는 싸구려 그릇은 개당 2천원인데 나의 하느님들께서 드실 밥그릇 국그룻은 제대로 만들어진 27종 스텐그릇으로 사 드리고 싶었다. 1벌당 16,000원 합 64,000원 거금이 들었다.

 

페친 2분과 만나고 김밥 5줄을 사서 합천으로 출발하였다. 가는 길 옆 산들은 봄냄새를 피우려 한껏 분발하고 있었다.

 

무실 엄마집 대문을 들어서니 외로이 집을 지키던 진돗개 (이름을 모른다. 조카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는데 나는 그간 한번도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미안...) 가 꼬리를 흔들며 어쩔줄 몰라한다. 개집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가 어루만져주며 그 반가움에 보답하여 주었다.

 

엄마방 방문을 여니 엄마는 안 계신다. 엄마 엄마 내 왔다.... 대답을 안하신다.

 

같이 간 일행과 안채 뒤에 있는 서재 암서정에 가 뒤뜰 머구를 뜯었다. 각자 뜯어 가 맛난 반찬 해 드시라 했다. 엄마가 이쁘게 씨를 심어 곱게 자란 단파도 뽑아 안채 마당에 앉아서 다듬었다. 단파는 쪽파라고도 불리는데 나는 숑숑 썰어 간장에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페친들은 파전을 구워먹겠다 한다.

 

사 간 김밥을 나눠먹으며 점심 요기를 한 후 쑥 캐러 장지골 뒷산에 갔다. 난 엄마를 모신 산소가 궁금하였고 엄마 아부지가 보고싶어 쑥을 핑계로 거기 간 터라 페친들에게 쑥 있는 곳을 일러준 뒤 홀로 산을 올랐다.

 

할배 할매께 먼저 절을 올린 후 아부지 엄마께 절을 올렸다. 엄마 아부지...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고 눈물 쏟아진 김에 엄마 엄마 부르며 엎드려 울었다. 그래도 엄마는 대답도 없으시다. 합장한 산소 흙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거뒀다.

 

댜답없는 엄마 아버지 산소 앞에 쑥이 참 좋다. 비닐봉지에 한줌 뜯어 담고서 산길을 내려오는데 그 길에 쑥이 참 통통하다. 기다릴 일행을 위해 띄엄띄엄 쑥을 캐며 하산하였다.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칼을 갖다놓으러 엄마집에 다다르니 뒷집 아지매가 우리 남새밭에서 나물을 캐고 계신다. 엄마 없어도 자주 오라신다. 예 그래야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