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지 않는 소중함 그리고 비교에 얽힌 추억
보여지지 않는 소중함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곱게 한 다음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이웃집의 아내보다도 그녀가 월등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후로 다시는 이웃집을 드나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꾸만 남과 비교할때,
출처 : <돌아가고싶은 날들의 풍경> 중에서
-새터의 넋두리 어릴적 저희 옆집에 순덕이가 살았습니다. 저보다 두살이나 연배였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해를 쉬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저는 일곱살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 처지라 순덕이와 저는 중학교 입학동기가 된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이름을 막부르는 친구로 지냈습니다. 같이 학교도 다니고 숙제도 같이 하고 개울에 빨래도 같이 하러 가고 그랬습니다. 참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순덕이는 손끝이 야물어 살림을 잘 살았습니다. 불을 때는 아궁이에 얹힌 무쇠솥으로 밥을 해 먹던 시절인데(1980년대 초반) 순덕이는 솥단지 청소도 야무지게 한다고 온동네에 소문이 났습니다. 깨끗이 씻어낸 후엔 기름칠을 살짝 해서 윤이 반들반들하여 부엌이 훤하다는 겁니다. 제가 봐도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도 좋아는 보였지만 어린 마음에 그것때문에 입은 상처가 컸습니다. 저는 손끝이 야물지 못하여 아무리 청소를 해도 태(모양)이 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물로 더 많은 정성으로 솥단지를 씻어내어도 윤이 나지 않았고 아무리 깨끗이 빨래를 빨아와도 뭔가 부족했습니다. 기술이 없었던게지요.
우리 엄마는 그것이 부러웠나봅니다. "니(네) 새이(성-형-언니)들도 순덕이맬로(순덕이처럼) 잘도 하더마는 니는 와글노?"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왜 그런지....ㅜㅜ 그래서 혼자 속도 많이 끓였습니다. 순덕이보다 더 힘을 줘서 빨래를 빨아도 보고 더 많이 청소도 해보고.... 그래도 영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친정에 온 막내언니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속이 너무 상한다고... 그랬더니 우리 막내언니가 그러더군요. "니는 청소는 잘 못해도 열심히 하려고는 항게 됐다. 그리고 니는 순덕이가 잘못하는 거를 잘한다 아이가." "?" "니는 공부를 잘항게, 공부 더 잘해가꼬 나중에 엄마아부지한테 효도하마 된다"
그 날 이후 저는 속상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부잘해서 효도하겠다던 그 다짐을 제대로 못지켰네요^^;;) (순덕이도 보고 싶네요....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아마 살림잘하며 잘 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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