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내 일기장

보여지지 않는 소중함 그리고 비교에 얽힌 추억

여경(汝梗) 2007. 10. 10. 10:59

 

 

보여지지 않는 소중함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반드시 남보다 나을 수는 없습니다.
남이 나보다 나은 것이 있으면 나 역시 남보다 나은게 있기 마련입니다.
이치가 그런것을 남보다 낫고 싶은 욕망은 우리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일 뿐입니다.


어떤 남자가 이웃에 있는 부인을 자기의 아내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남자의 착한 아내는 일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날, 그 남자는 아내를 불러 놓고 "더 이상 보기 싫으니 어서 나가시오"
그러자 아내는 슬피 울면서 친정으로 가기 위해

머리를 빗고 화장을 곱게 한 다음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그렇게 단장한 아내를 본 순간, 남편은 그제서야

이웃집의 아내보다도 그녀가 월등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아내를 친정으로 가지 못하게 말렸고

그후로 다시는 이웃집을 드나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데에는 사실 자꾸만 남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자꾸만 남과 비교할때,
불행이라는 좋지 않은 손님이 어느새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이지요.

 

출처 : <돌아가고싶은 날들의 풍경> 중에서

 

-새터의 넋두리

어릴적 저희 옆집에 순덕이가 살았습니다.

저보다 두살이나 연배였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해를 쉬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저는 일곱살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 처지라

순덕이와 저는 중학교 입학동기가 된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이름을 막부르는 친구로 지냈습니다.

같이 학교도 다니고 숙제도 같이 하고

개울에 빨래도 같이 하러 가고 그랬습니다.

참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순덕이는 손끝이 야물어 살림을 잘 살았습니다.

불을 때는 아궁이에 얹힌 무쇠솥으로 밥을 해 먹던 시절인데(1980년대 초반)

순덕이는 솥단지 청소도 야무지게 한다고 온동네에 소문이 났습니다.

깨끗이 씻어낸 후엔 기름칠을 살짝 해서 윤이 반들반들하여 부엌이 훤하다는 겁니다.

제가 봐도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도 좋아는 보였지만 어린 마음에 그것때문에 입은 상처가 컸습니다.

저는 손끝이 야물지 못하여 아무리 청소를 해도 태(모양)이 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물로 더 많은 정성으로 솥단지를 씻어내어도 윤이 나지 않았고

아무리 깨끗이 빨래를 빨아와도 뭔가 부족했습니다.

기술이 없었던게지요.

 

우리 엄마는 그것이 부러웠나봅니다.

"니(네) 새이(성-형-언니)들도 순덕이맬로(순덕이처럼) 잘도 하더마는

니는 와글노?"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왜 그런지....ㅜㅜ

그래서 혼자 속도 많이 끓였습니다.

순덕이보다 더 힘을 줘서 빨래를 빨아도 보고 더 많이 청소도 해보고....

그래도 영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친정에 온 막내언니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속이 너무 상한다고...

그랬더니 우리 막내언니가 그러더군요.

"니는 청소는 잘 못해도 열심히 하려고는 항게 됐다.

그리고 니는 순덕이가 잘못하는 거를 잘한다 아이가."

"?"

"니는 공부를 잘항게, 공부 더 잘해가꼬 나중에 엄마아부지한테 효도하마 된다"

 

그 날 이후 저는 속상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부잘해서 효도하겠다던 그 다짐을 제대로 못지켰네요^^;;)

(순덕이도 보고 싶네요....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아마 살림잘하며 잘 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