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바구들/사람되는 이바구

박찬호의 명령문

여경(汝梗) 2009. 1. 14. 16:33

 

 

 

박찬호의 명령문

 

박찬호의 홈페이지를 보셨나요.

홈페이지에는 야구이야기 보다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는 자신의 투구모습 위에

다짐을 새긴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글은 특별한 내용은 아닙니다. 매우 역동적이고

스포츠맨 다운, 스피디한 것이기 보다는

명상적이고, 정적이고, 깊은 사유가 담겨있습니다.

그가 매일 되새기는 자기와의 대화, 독백입니다.

 

박찬호의 파워넘치는 야구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것이겠지요.

어느 경기이든, 인생살이이든, 항상 상대가 있고

그것은 자신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지요.

그러나 박찬호는 그 어떤 상대와 싸우고 있지 않네요.

자기와 싸우고 있을 뿐이네요.

참 진지하고도 저절로 숙연해지는 감동의 장면과 만나게 됩니다.

 

박찬호를 모르는 사람 있나요?

우리가 IMF로 실의에 빠져있을 때였지요? 그 때 우리는

박찬호를 응원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넘겼지요.

우리가 좌절하고 있을 때 그가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지요.

그가 그때 보여준 것은 분명 기적이었습니다.

 

그 뒤로 박찬호를 한동안 잊고 있었지요.

그동안 그는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그 때 그가 한 말

'산은 산이고 물은 물, 여전히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가네'

'아쉽지만 현실은 현실이며, 그것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다.

성공은 결국 인내하는 자에게 그 문이 열린다'고 적었습니다.

어쩌면 인정하기 힘든 '하류선수' 현실을 이렇게 담담하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것 또한 박찬호가 보여주는 기적입니다.

세인의 큰 사랑을 받았던 사람치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온전하지 못했던 스타들의 우울한 장면들을

우리는 쉽게 기억합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자포자기하고픈 순간이 있었고,

그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났습니다.

요즘 우리가 다시 박찬호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의 기적의 이유를 보고 있습니다.

바로 홈페이지네요. 그의 다짐의 글이네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이 글을

매일 자기가 자기에게 내리는 명령문으로 삼았다지요.

 

그의 말이 잠든 의식을 일깨웁니다.

자기가 자기에게 내리는 명령문.

정말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자기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명령으로 여기고, 일체를 그 명령대로 따르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낮은 자세이며, 겸손한 자의 모습이며,

그런 사람에게 우주의 명령이 들릴테지요.

투수가 혼신을 다해 던져야 할 것은

자신의 손끝을 떠나는 공만이 아니겠지요.

바로 자신이겠지요.

 

자신을 던질 줄 아는 투수, 박찬호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를 깊이 응시하는 박찬호를 봅니다.

자신을 던질 줄 아는 그에게서 어느 구도자 보다 

더 치열한 수행자의 삶을 보게 됩니다.

 


출처-http://blog.naver.com/nasaone/80053734443

 

배움을 주는 좋은 글이라 펌했습니다.

박찬호님에게서 배우고 이렇게 좋은 글을 쓴 분에게서도 배웁니다.

배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